부축이라는 이름의 길

엘리베이터 멈춰 선 차가운 벽 너머로
당신의 가쁜 숨소리 먼저 마중 나갑니다.

무릎이 아리고 허리가 굽어지는데도
기어이 이 문을 찾아오신 고단한 발걸음.

침을 놓기 전, 나는 당신의 땀방울을 먼저 봅니다.

약통을 채우기 전, 막혀버린 계단을 먼저 읽습니다.

병은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지만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가파른 길이었음을 압니다.

어떤 이는 끝내 문턱을 넘지 못해 전화를 걸어오고
어떤 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계단 끝에 기대어 설 때
나의 동반자 정 원장은 당신의 손을 잡고
계단 밑까지 내려가 가시는 길 끝까지 눈에 담습니다.

비록 엘리베이터는 침묵하고 길은 험할지라도
부축하며 내려가는 그 마음만은 평평한 평지입니다.

막힌 길을 뚫는 것은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서로의 숨을 나누는 따스한 온기라는 것을.

오늘도 우리는 닫을 수 없는 문 앞에 서서
오지 못한 이들의 이름을 마음의 약봉지에 담습니다.

당신이 넘어지지 않게,
우리의 진료는 그 계단 끝자락에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부축의 미학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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