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촛대 불빛을 따라서
얼마 전 《레 미제라블》을 다시 보았습니다. 2012년 영화판인데, 화면과 음향을 새로 손본 판본이 2024년에 극장에 다시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내내 마음에 남아 있던 참이었습니다.
장발장의 이야기는 볼 때마다 다릅니다. 젊어서는 쫓고 쫓기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는데, 나이가 드니 은촛대 하나가 사람의 일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가 보입니다.
그 여운을 다섯 편의 연으로 적어 두고, 뒤에 짧은 감상을 덧붙입니다.
빵 한 조각에 묶인 열아홉 해의 사슬,
증오와 분노로 타오르던 거친 가슴에
어둠을 걷어낸 주교님의 따스한 손길,
은촛대 작은 불빛이 영혼의 문을 열었네.
새 이름 덮어쓰고 세상의 낮은 곳을 돌보며
공장의 그늘 아래 울던 팡틴을 가슴에 품고,
남겨진 어린 꽃 코제트를 향한 약속 하나로
험난한 밤길을 마다 않고 다시 발걸음 옮겼네.
법과 정죄의 칼날을 쥐고 쫓아오는 자베르,
그러나 원수마저 용서로 감싸 안은 밤.
피 흘리는 자의 사슬을 스스로 짊어지고
파리의 깊은 하수도, 칠흑 같은 어둠을 건넜네.
자신을 깎아내어 타인의 사랑을 피워내고
거룩한 사명 다 마친 늙은 거인의 손 위에,
처음 받았던 그 은촛대 조용히 빛을 발할 때
비로소 참된 구원의 안식이 찾아오네.
아, 누군가를 가슴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신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는 일이어라.
비참한 이 땅 위, 고달픈 삶의 언덕 넘어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을 숭고한 사랑이여.
감상 후기 — 법을 넘어선 사랑, 그리고 인간의 존엄
《레 미제라블》은 단지 한 죄수의 성공이나 탈옥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이 백육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인간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은 세상의 가혹한 법과 편견에 짓밟혀 스스로를 악마라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리엘 주교가 보여준 조건 없는 용서와 사랑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율법과 정죄만을 상징하던 자베르 경감이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무너진 반면, 사랑과 은혜를 실천한 장발장은 끝내 자신을 희생하며 주변 사람들의 삶을 구원해 냅니다.
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음악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입니다. 비참하고 고된 세파 속에서도 은촛대의 불빛처럼 타인에게 따뜻한 볕이 되어주는 삶이야말로 위고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슴 묵직한 여운을 전해주는 멋진 작품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죠셉 장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