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부를 묻다
장이보감 蔣利寶鑑 · 창간호
LA의 새벽 세 시, 잠을 깨워
화면 너머 먼 땅의 불빛을 본다
어머니 계신 마당엔 어둠이 내려
제비들 잠 방해될까 불마저 껐다 하신다
작년에도 그 불빛 아래 잘 살다 갔으니
어서 불 켜시라 아들은 채근하고
환해진 마당 확인하고서야 마음 놓는데
어머니는 못내 오늘 밤이 길다 하신다
“나 이제 잘란다” 짧은 인사 뒤로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덜컥 들리더니
화장실 다녀오신 어머니는 그대로 누워
꿈길로 먼저 긴 여행을 떠나셨다
바닥에 놓인 수화기에선 숨소리뿐
불러도 대답 없는 정적의 시간들
내 전화는 먹통이 되어 길을 잃어도
어머니 잠든 방엔 내 마음이 가 닿는다
이천 리 밖 아들의 사랑은 유선(有線)이라
수화기 틈새로 그리움이 줄줄 새어나와
끊지 못한 이 밤, 차마 놓지 못한 인연
새벽은 그렇게 어머니 곁에 머문다
후기 — 어느 효자의 새벽 일기
의술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온기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오늘 새벽, 저는 청도의 어머니 댁 CCTV를 살피다 깜짝 놀라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둠 속에 홀로 계실 어머니가 걱정되어 마당 불을 켜시라 신신당부하고, 한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화장실에 다녀오신 뒤 아들과 통화 중이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으신 채, 수화기를 바닥에 둔 채 잠이 드셨습니다.
뚜— 뚜— 소리만 들리는 먹통이 된 전화기를 들고, 저는 한참을 그 정적 속에 머물렀습니다. ‘아, 내 사랑이 너무 길어 전화기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이보감(蔣利寶鑑)의 첫 장을 열며 다짐합니다.
제 성씨인 장(蔣) 자는 과거 늪지대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위해 물풀을 나누어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나눔의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드신 어머니를 지켜보는 그 애틋한 마음으로, 그리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풀 한 포기도 소중히 나누었던 그 간절함으로 환자분들을 마주하겠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곳을 넘어, 당신의 삶을 이롭게(利) 하고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寶鑑)이 되겠습니다. 끊기지 않는 사랑의 주파수처럼, 늘 여러분 곁에서 따뜻한 치유의 길을 걷겠습니다.
